출처 : http://www.tonplein.com/?p=4450
30위 위클리
29위 MCND
28위 스테이씨
27위 스트레이키즈
26위 에버글로우
25위 블링블링
24위 트와이스
23위 XUM
22위 밴디트
21위 로켓펀치
20위 에이티즈
19위 에이프릴
18위 온앤오프
17위 태민
16위 NCT U
15위 여자(아이들)
14위 더보이즈
13위 방탄소년단
12위 드림캐쳐
11위 NCT 127
지난 <퀸덤>을 통해 더욱 큰 관심을 받은 오마이걸(OH MY GIRL)이 이후의 앨범 『NONSTOP』을 통해 택한 방법은 더욱 대중적이면서도 간결한 모습을 통해 그 관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타이틀곡 「살짝 설렜어 (Nonstop)」는 그러한 방식의 주된 요소로서, 보다 깔끔하면서도 대중적인 소리와 멜로디를 차용하여 많은 리스너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같은 앨범의 수록된 「Dolphin」의 경우, 「살짝 설렜어」보다도 훨씬 더 오마이걸의 색채를 가득 담아낸 트랙으로서, 역시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끄는 동시에 오마이걸 특유의 색채를 더욱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Dolpihn」에서는 오마이걸의 가장 중추적인 요소였던 스트링 등의 활용에서 비롯된 매혹적인 멜로디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보다도 중요한 멤버들의 보컬 활용과 다채로운 멜로디 운용이 눈에 띄었다.
「Dolphin」은 트랙 전반에 있어 대체로 간결하고 미니멀한 사운드를 활용한다. 곡의 메인이 되는 베이스를 중심으로 멤버들의 보컬이 그 위를 섬세하게 활보하며, 특히 이는 벌스와 프리코러스를 넘어 후렴에 들어 더욱 강세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Da Da Da”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멤버들의 보컬은 간결한 베이스 소리 위에 얹히며 보다 간결한 공간 속에서도 매력적인 멜로디를 따라가고, 이는 오마이걸 특유의 뛰어난 보컬을 더욱 집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읽히며 「Dolphin」만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브릿지에서 역시 트랩 비트 위로 간결한 소리들이 쌓이지만, 이러한 소리보다도 멤버들의 보컬이 더욱 부각되며 이후에는 완전히 공간을 비워 목소리에 집중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오마이걸의 훌륭한 보컬 활용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곡 전반을 통틀어 다채롭게 활용되는 다양한 멜로디는 이전에도 오마이걸의 음악에서 중요하게 활용되었던 다채로운 멜로디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듯 오마이걸은 자신들을 향한 커다란 기대를 「Dolphin」이라는 곡을 통해 만족시키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선보이는 영리한 방식을 택했다.
이제는 청하라는 이름은 하나의 보증 수표가 되었다. 데뷔부터 최근의 「벌써 12시」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보컬, 퍼포먼스 능력을 선보이기는 물론,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매번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청하는 자신이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과 음악을 선보이는 아티스트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그리고 청하의 커리어에서 더욱 커다란 그림을 그려가는 프로젝트의 시작에 놓인 「Stay Tonight」은 청하의 다양한 능력과 이전의 다채로운 모습을 모두 담아낸 곡으로서, 그가 그리고자 하는 큰 그림의 첫 도약점으로서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해낸다. 그의 말대로 “빛이 굴절되어 아름다운 스펙트럼을 이루듯”, 그러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첫 시작으로서 존재하는 「Stay Tonight」은 곡의 내부에서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드러나며 프로젝트의 시작을 활기차게 알린다.
매력적인 하프 소리와 이에 더해지는 다양한 신디사이저는 곡을 화려하게 그려낸다. 특히 무거운 베이스의 위로 얹히는 청하의 보컬은 그러한 화려함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내며, 프리코러스에 들어 보다 정돈된 모습을 보이는 순간에도 청하의 가창을 통해 섬세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은 모두 후렴의 감각적인 드롭을 통해 무너져 내린다. 이전까지는 보다 모습을 감춰왔던 베이스가 더욱 강렬한 형상으로 변해 등장하는 후렴은 지난 벌스-프리코러스의 화려함과는 대조되는 무게감 있는 순간을 그려내며, 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청하의 섬세한 보컬은 더욱 인상적인 지점을 남긴다. 「Stay Tonight」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다채로운 사운드와 청하의 보컬이 적극적으로 변화의 주축으로 자리하며, 가령 브릿지에서의 경우에도 청하의 강력한 내지름에 이어 다시금 베이스와 신디사이저의 독주로 이어지는 순간, 이후 보다 섬세한 청하 특유의 가창이 이어지는 순간을 통해 다채롭고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청하의 매력을 더욱 강렬하게 뽐낸다.
아이즈원(IZ*ONE)이 그려낸 꽃은 말 그대로 다채로웠다.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장미의 「라비앙로즈 (La Vie en Rose)」부터 쾌활하고 밝은 제비꽃의 「비올레타」까지, ‘꽃’과 관련된 지난 두 번의 활동에서 아이즈원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은 분명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운 형태로 빚어졌다. 그리고 그러한 ‘꽃’ 콘셉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FIESTA」는 그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면서도 정돈된, 제목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축제’같은 곡이다. 물론 ‘축제’와 함께 꽃이 ‘만개’하는 순간을 그려내기도 한 「FIESTA」는 아이즈원이 지난 2 년간 걸어온 꽃으로 수놓아진 길 위에서 그 꽃들이 만개한 장면을 담아낸 곡으로 남는다.
다채롭게 공간을 펼쳐나가는 신디사이저들을 중심으로 멤버들의 보컬이 들어서며 「FIESTA」는 시작된다. 그 이후 브라스 사운드를 통해 더욱 넓으면서도 웅장한 순간을 주조하고, “지금이라고”라는 외마디와 함께 잠시 시간을 멈춘 뒤 더욱 화려하고 웅장한 전개를 펼쳐나간다. 이러한 전개가 펼쳐지는 「FIESTA」의 후렴이 더욱 특별한 축제를 만드는 방식은 지난 「라비앙로즈」, 「비올레타」와 달리 적극적으로 멜로디를 활용한다는 점에 있는데, 더욱 거칠게 달려나가는 베이스와 곳곳에서 나타나 공간을 꾸미는 신디사이저의 사이에서 멤버들의 보컬은 더욱 매혹적인 멜로디를 내뱉으며 지난 곡들과는 다른 후렴의 특별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달려나가는 소리들은 브릿지를 넘어 그들이 말한 더욱 화려한 축제의 순간을 그려내며 마무리된다. 결국 아이즈원이 그리고자 한 ‘꽃’의 서사가 끝난 지점은 강렬한 태양이 비추는 화려한 축제의 순간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앞선 문단들에서 언급한 2020년 케이팝의 하이퍼함이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난 트랙은 역시 SM 엔터테인먼트의 것이었다. 지난 2010년대의 케이팝 시장에서 음악을 이끌었던 SM 엔터는 2020년에 들어 NCT라는 존재와 함께 다시금 새로운 스타일을 선두하고 있다. 특히 NCT 2020의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NCT DREAM의 「무대로 (Déjà Vu; 舞代路)」는 케이팝과 하이퍼-팝의 중심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면서도 자신의 색을 잘 가미한 트랙으로 자리한다. 기존 NCT DREAM의 색이었던 역동적인 스타일과 쾌활한 분위기를 녹여낸 「무대로」는 그러한 기존의 색채 가운데에서도 하이퍼 한 소리들을 중심으로 사운드를 구축하여 새로운 스타일을 녹여낸다.
무엇보다도 「무대로」를 하이퍼 하게 만드는 소리는 곡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플럭 신디사이저이다. 물론 벌스와 프리코러스에서는 플럭 신디사이저가 자취를 감춘 채 기존 NCT DREAM의 음악과 비슷한 역동적인 움직임과 쾌활한 분위기가 주조되지만, 이는 곧 후렴에 이르러 재등장하는 플럭 신디사이저의 존재감과 함께 더욱 하이퍼 한 구성으로 둔갑하게 된다. 특히 플럭 신디사이저가 가지는 과잉된 질감의 소리는 보다 둔탁한 다른 사운드들과 대조되어 더욱 부각되기도 하며, 트랙의 곳곳에서 등장하는 멤버들의 보컬 샘플과 어우러져 더욱 난잡한 순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게 보다 하이퍼 한 소리를 자신들의 곡에 들여오면서도 NCT DREAM만의 독창적인 색채를 잃지 않고 진행되는 「무대로」는 2020년에 들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케이팝 내의 하이퍼-팝의 중심에서 가장 효과적인 두 스타일의 결합점을 찾아낸 트랙으로 남는다.
앞선 에버글로우(EVERGLOW)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태민의 「Criminal」은 2020년을 사로잡은 디스코와 신스 웨이브의 유행에 탑승한 곡이다. 하지만 「Criminal」은 2020년 발매된 케이팝 시장의 수많은 디스코, 신스 웨이브를 차용한 곡 중에서도 가장 자신의 색채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그러면서도 디스코와 신스 웨이브를 가장 잘 활용해 낸 트랙이다. 해당 트랙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청자에게 다가오는 것은 신스 웨이브 풍의 신디사이저이다. 곡을 확실하게 이끌어가는 메인 신디사이저는 이후 등장하는 드럼 소리와 함께 신스 웨이브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Criminal」이 음악 시장의 최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할 것임을 예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견은 후렴에 들어 또 다른 신디사이저의 가세로 더욱 강렬한 신스 웨이브와 케이팝이 훌륭하게 결합하는 순간을 만든다.
그러나 「Criminal」은 단지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역시 베이스였다. 「MOVE」를 통해 태민의 중요한 색채로 자리한 베이스는 「Criminal」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벌스에서는 자취를 감춘 신디사이저 대신 레트로한 드럼 리듬과 함께 울렁거리는 그루브를 만들어내며, 후렴에서는 보다 강렬한 모습으로 모습을 변형한 뒤 레트로한 신디사이저와 드럼 사운드 사이에서 소리의 중심을 잡는 중추로서 작용한다. 이후 마지막 후렴에서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를 이끌어가며 항상 그래왔듯 태민의 음악 내에서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다. 이렇듯 「Criminal」은 올해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많은 곡 중에서도 자신의 색채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낸 트랙이다.
coloringCYAN의 말처럼, 「놀이 (Naughty)」는 이전 레드벨벳(Red Velvet)이 구축해온 벨벳 콘셉트의 변형일지도 모른다. 알앤비스러운 보컬, 보다 미니멀한 사운드와 리듬, 멜로디 어딘가에 스며든 음산함까지, 「놀이」는 분명 기존의 벨벳 콘셉트와 비슷한 여러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벨벳 콘셉트의 변형이라고 칭하는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독특한 베이스를 중심으로 퓨처 하우스 기반의 리듬과 그루브를 만들어가며, 두 멤버의 목소리가 효과적으로 교차하고, 후렴에 들어서는 보다 과장된 신디사이저들이 등장하여 난잡한 레드 콘셉트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러한 레드 콘셉트는 잠시 모습을 비출 뿐, 곡의 중심이 되는 것은 벨벳 콘셉트의 요소이다. 보다 미니멀한 사운드로 구성된 벌스와 프리코러스, 브릿지는 보다 정돈되고 섬세한 분위기로 구현된다. 그렇게 두 요소는 여전히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음악에서 큰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어쩌면 기존 레드벨벳의 요소와는 다른 점들 또한 존재할 것이다. 정박에 들어서며 하우스 풍의 비트를 만들어내는 드럼, 통통 튀는 듯한 독창적인 베이스, 섬세하고 부드러운 신디사이저 등의 요소가 그러하며, 무엇보다도 두 명의 멤버로만 구성된 보컬의 운용이 그렇다. 기존 5 명이었던 레드벨벳에서 2명으로 구성된 유닛으로 나누어진 만큼 그에 따른 보컬 활용이 중요하게 다뤄졌을 테고, 실제로 그를 통한 두 멤버의 보컬 운용은 기존의 레드벨벳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슬기와 아이린은 매번 목소리의 톤과 분위기 등을 바꾸며 단지 두 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는 매번 적합한 위치에 놓이며 매 순간 효과적인 인상을 남겨 기존 레드벨벳에서 느꼈던 보컬 운용의 쾌감을 다시금 선사한다. 레드벨벳의 첫 유닛 활동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음악 중에서도, 「놀이」는 가장 레드벨벳스러우면서도 가장 레드벨벳스럽지 않은, 유닛의 색을 잘 그려낸 곡이었다.
특히 이들의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곡은 첫 트랙인 「눈누난나 (Nun Nu Nan Na)」이다. 시그니처의 데뷔 싱글이기도 한 「눈누난나」는 시그니처만의 난잡함을 온전히 그려내는 곡인 동시에 그들의 난잡함이 깔끔하게 다듬어졌음을 인지시키는 곡이기도 하다. 「눈누난나」에서는 다채로운 변주와 여타의 요소를 통해 그들만의 난잡함을 본격적으로 그려낸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점은 리듬의 변주에 있다. 먼저 리듬을 이끌어가는 드럼에 대해서 살펴본다면, 벌스에 등장하는 드럼과 이후 프리코러스, 후렴, 브릿지의 드럼은 모두 다른 구성을 뽐낼 뿐만 아니라 그 질감과 배치를 모두 다르게 하여 리듬의 변주를 각인시킨다. 일반적인 리듬과 질감으로 시작된 드럼은 벌스 내에서도 변주하며 나아가고, 프리코러스에서는 잠시 모습을 감췄다가 점점 강세된 모습으로 등장해 드랍 파트를 완벽히 꾸려낸다. 이후 후렴과 훅에서는 보다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브릿지의 드럼 역시 그 연주 방식을 계속해서 변용해 마지막 드랍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드럼에 더해 리듬의 변주를 주조하는 베이스 역시 짚어봐야 할 요소이다. 베이스는 드럼과 함께 그 질감과 연주를 계속해서 변주하며 곡을 전개해나가는데, 벌스에서는 둔탁한 모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프리코러스에서는 뒤로 물러선 채 다른 소리를 받쳐주고, 후렴에 들어서는 더욱 지글거리는 소리와 강렬한 형태로 변형해 같이 변화한 신디사이저와 함께 주요한 순간을 장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눈누난나」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은 보컬을 다양한 소스로서 활용하는 모습에서 비롯된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등장하는 지점에는 그것이 화성을 이루기 위해서도, 혹은 해당 파트를 강조하기 위해서도 사용되며, 후렴에 들어서기 전 드롭 파트에 등장한 목소리는 기술적 변형을 주어 더욱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또한 멤버들은 곡의 분위기와 맞게 통통 튀는 보컬을 구현하며, 그들이 가창을 하는 동시에 그와 다른 공간에서 다양한 추임새가 등장해 확실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훅 파트에서 강렬하게 밀어붙이는 신디사이저와 함께 전자음이 섞인 목소리가 등장하는 부분과, 마지막 후렴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앞서 배치된 브릿지 파트 역시 그 존재감을 남기는 동시에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한다. 이렇듯 「눈누난나」는 시그니처의 난잡함이 첫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깔끔한 형태로 구현되어 큰 감명을 제공한다.
우주소녀는 이전에도 분명 훌륭한 보컬 역량과 그것의 활용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그룹이고, 그것은 꼭 우주소녀 특유의 색채에서만 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령 「꿈꾸는 마음으로」를 시작으로 「부탁해」와 「이루리」등 몽환적인 분위기와 선율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중심적으로 가져가는 트랙에서 그들의 보컬적인 특성이 크게 발휘되었던 것은 맞지만, 그러한 특징은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Pantomime」에서 역시 두드러지는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물론 「Pantomime」에서는 우주소녀의 보컬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령 ‘무언극’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내는 것이 그러하다. 그리고 그 무언극이라는 소재는 곡 내에서 “Mute”, “Stop”, “Pause”등 그것에 부합하는 어휘들, 또한 “신인 배우”, “A-cut”등의 신선한 단어나 “Climax”, “Epilogue”등 비교적 익숙한 단어까지도 모두 아우르며 소재와 노랫말의 적극적인 결합을 꾀하는 방식에 합당한 이유를 부여한다. 그렇게 「Pantomime」의 주된 주제가 되는 사랑을 이야기함에 있어 그것의 주요 소재가 된 무언극이라는 요소는 독특한 소재임과 동시에 다채로운 어휘의 노랫말을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며 「Pantomime」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시금, 「Pantomime」에서 두드러지는 사운드적 요소 또한 인상적이다. 무엇보다도 딥하우스를 차용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들이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이것은 기존 케이팝에서 딥하우스가 사용되었던 방식, 가령 프리코러스에서 후렴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의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 커다란 낙차를 그려내는 것과는 달리, 보다 간결하고 매끈한 방식으로서 낙차를 그려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또한 그러한 매끄러운 연결의 부분에서 멤버들의 보컬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 또한 독특한데, 앞서 언급한 “Mute”와 “All Stop”등의 노랫말을 내뱉는 멤버들의 보컬과 이에 뒤따라오며 확실한 존재감을 내비치는 호흡의 역할은 우주소녀의 보컬이 섬세하게 낙차의 매끄러운 연결을 돕는 순간으로 비춰지며, 브릿지에서 “Pause”라는 외마디를 외친 직후 갑작스럽게 리듬과 사운드가 변주하는 부분에서 역시 사운드와 함께 보컬의 역할이 중요하게 두드러지는 점은 우주소녀만의 보컬 활용이 인상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으로 인식된다. 그렇게 「Pantomime」은 독특한 소재를 통해 곡의 매력도를 올리고, 또한 독특한 전개와 구성, 다채로운 보컬 및 사운드의 활용을 통해 매끈함을 제공하는, 2020년 케이팝 시장에서 손꼽을 만큼 잘 만들어진 케이팝 넘버임에 틀림없다.
지난 결산에서 이야기한 레드벨벳(Red Velvet)의 ‘레드’ 콘셉트와 ‘벨벳’ 콘셉트의 결합에 있어서, 그것이 첫 도약을 시도했던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에 이어 보다 본격적인 시도로 이어진 「피카부 (Peek-A-Boo)」까지 이어진 후, 그것은 「Bad Boy」에서 보다 매끈한 모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연결되던 ‘레드’와 ‘벨벳’ 콘셉트의 결합은 「Psycho」에 들어 보다 성장한, 그리고 더욱 매끄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전 「Bad Boy」에서 두드러진 두 콘셉트의 결합 지점은 음산함과 섬세함이라는 벨벳의 요소와 보다 레드 콘셉트적인 난잡한 소리들의 조화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사운드 전반은 벨벳 콘셉트에 기대고 있었으나, 그것들이 결합하는 방식은 레드 콘셉트의 ‘정신없음’에 조금 더 가까워 보였는데, 가령 멤버들의 보컬이 계속해서 겹쳐지는 순간이나, 여러 리듬이 효과적으로 쌓여가는 것, 그리고 여러 가지 샘플 소리들의 침입에서 나는 레드 콘셉트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Psycho」에서 역시 두드러진다. 피치카토로 연주되는 스트링에 이어 정신없이 공간을 휘젓는 아르페지오 신디사이저가 계속해서 종횡무진하고, 프리코러스에서는 매력적이면서도 음산한 느낌의 멜로디가 이어지다가 후렴에서 보다 정신없는 사운드 사이를 멤버들의 알앤비적인 보컬이 여유롭게 활보한다. 그리고 피치카토와 아르페지오의 정신없음 사이에서 무게를 잡은 채 곡을 이끄는 베이스와 리듬은 계속되는 변주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다시 한번 난잡함을 만들어내고, 또 그 사이에는 다양한 샘플 사운드들이 침입한다. 물론 그러한 정신없음과 난잡함의 중심에는 레드벨벳 멤버들의 섬세한 보컬이 계속하여 전개되고, 그것은 레드벨벳 특유의 보컬 활용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구성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난잡한 구성 사운드의 배치, 섬세한 사운드의 질감과 멤버들의 보컬 활용은 지난 커리어에서 이어지는 ‘레드’와 ‘벨벳’ 콘셉트의 중심을 잡아내며 두 콘셉트의 조화로운 결합을 주조해낸다. 물론 그러한 콘셉트의 조합, 사운드의 구성 및 배치 등의 요소를 제외하고서도 「Psycho」는 매력적인 지점들을 잔뜩 내포한 매끈한 케이팝 트랙이다. 곡의 전반을 통틀어 최전선에 자리한 멜로디의 다채로운 움직임은 케이팝 마니아뿐만이 아닌 대중까지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선율을 뽐내며, 난잡함의 기저에서 간결하게 운동하는 리듬과 그루브 역시 다양한 리스너들이 즐길 수 있는 흥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Psycho」는 케이팝 시장의 매니악함과 메이저함 사이를 활보하면서도, 콘셉트와 사운드적 성취를 모두 이루어낸, 지난 1 년간 발매된 케이팝 작품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지점을 만든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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